닐리리아가 지금까지 처리한 자막은 9개 언어에 걸쳐 누적 88,748건이다. 방송과 교육, 교양 콘텐츠가 이 안에 고르게 섞여 있는데, 들여다보면 장르마다 요구하는 언어와 속도가 다르다는 게 보인다. 그 차이를 따라가면 K-콘텐츠 수요가 실제로 어느 지점에서 발생하는지가 드러난다.
무엇을 옮겼나
규모가 큰 프로젝트만 추려도 장르는 뚜렷이 갈린다.
- 콜로소 강의자막 140,588분
- JTBC 자막 236만 자
- MBC WORLD 30,051분
- EBS 1,352.5분
- 코세라 3,190분
콜로소와 코세라는 교육 콘텐츠, JTBC와 MBC WORLD는 방송 콘텐츠, EBS는 교양 콘텐츠다. 분량으로 보면 교육 콘텐츠가 압도적으로 크다. 강의 하나를 여러 언어로 옮기면 그 분량이 커리큘럼 전체만큼 쌓이기 때문이다.
장르가 다르면 속도도 다르다
교육 콘텐츠와 방송 콘텐츠는 소비되는 방식부터 갈린다. 강의는 학습자가 필요할 때 하나씩 찾아 듣는다. 급할 게 없는 대신, 커리큘럼 전체를 한꺼번에 여러 언어로 갖춰야 완성도가 생긴다. 그래서 분량이 크다.
방송은 반대다. 방영 시점이 정해져 있고, 그 시점에 맞춰 여러 언어 자막이 동시에 나가야 한다. JTBC·MBC WORLD 작업에서 실제로 요구된 건 물량보다 속도였다. 교양 콘텐츠는 그 중간이다. EBS처럼 특정 시즌에 맞춰 나가되, 강의만큼 회차가 쌓이진 않는다.
같은 '자막 제작'이라는 이름 아래 실제로는 세 가지 다른 운영이 돌아가는 셈이다. 물량을 감당하는 능력, 마감을 지키는 속도, 그 중간의 균형. 언어를 몇 개 지원하느냐보다 이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실무에서는 더 자주 발목을 잡는다.
9개에서 10개로
이 88,748건이 걸쳐 있는 언어는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베트남어·스페인어·인도네시아어·태국어·러시아어, 9개다. 닐리리아는 이 실적을 발판 삼아 지금은 10개 언어를 상시 지원 체계로 운영한다. 숫자가 하나 늘었다고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언어가 늘어난다는 건 그 언어를 감당할 번역가와 검수 인력, QA 체계까지 함께 늘어난다는 뜻이다.
수요는 어디서 오는가
K-콘텐츠 수출은 2025년 149억 582만 달러로, 전년 대비 5.9% 늘었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26년 4월 발표). 이 성장이 방송·교육·교양이라는 장르 구분을 지워주는 건 아니다.
시장이 커질수록 오히려 각 장르가 요구하는 속도와 물량의 차이는 더 또렷해진다. 콜로소처럼 물량이 쌓이는 강의든, JTBC처럼 마감이 빠듯한 방송이든 규모가 커질수록 그 장르 특유의 요구는 옅어지지 않고 짙어진다. 한 장르에 맞춘 운영 방식으로는 나머지 두 장르를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자막 물량이 얼마나 되느냐보다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방송처럼 마감이 빠듯한 콘텐츠와 강의처럼 물량이 쌓이는 콘텐츠를 같은 인력, 같은 프로세스로 처리하고 있는지, 아니면 장르별로 다른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콘텐츠를 여러 언어로 내보내려는 기업이라면 이 질문에 먼저 답해야 물량이 아니라 속도에서 밀리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