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리리아의 데이터연구팀이 연구개발전담부서로 인정받았다. 연구개발전담부서 인정은 기업 안에 독립된 연구개발 조직이 있는지를 정부가 공식으로 확인해주는 제도다. 번역과 현지화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가 이 인정을 받은 사례는 흔치 않다.
인정이 요구하는 것
이 인정은 서류만 갖춘다고 나오지 않는다. 관리기관인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기준으로 연구개발전담부서는 자연계열(자연과학·공학·의학·농학) 학사 이상 학위나 관련 분야 기사 이상 자격을 갖춘 연구전담요원을 둬야 하고, 다른 부서와 벽체로 구분된 독립 공간도 확보해야 한다. 연구전담요원은 다른 업무를 겸직할 수 없고, 연구개발 활동 실적도 계속 관리받는다. 데이터연구팀이 이 기준을 통과했다는 건, 번역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일이 부수 업무가 아니라 전담 연구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인정을 받기까지
닐리리아가 데이터 역량으로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데이터바우처 공급기업에 2022년, 2024년, 2026년 세 차례 선정됐고, 2023년 수요기업 결과평가에서는 상위 20% 안에 들었다. 안양 디지털콘텐츠기업 성장지원센터에 입주해 있고, 올해는 중소기업확인증도 새로 받았다. 연구개발전담부서 인정은 이 흐름 위에서 나온 결과에 가깝다.
번역이 데이터가 되는 과정
데이터연구팀이 들여다보는 데이터는 다름 아닌 번역 그 자체다. 닐리리아는 자막만 9개 언어로 누적 88,748건을 처리했고, 상시 지원 언어는 10개에 이른다. 원문과 번역문이 쌓일수록 언어쌍마다 어떤 표현이 자주 어긋나는지, 어떤 유형의 오류가 되풀이되는지를 들여다볼 재료도 함께 쌓인다.
번역사가 매일 내놓는 결과물이 그대로 연구팀의 분석 대상이 되는 구조다. 이 구조가 연구개발전담부서로 인정받았다는 건, 그 분석이 한 번 하고 끝나는 점검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연구 활동이라는 걸 정부가 인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번역 데이터가 주목받는 이유
콘텐츠 업계에서 데이터의 무게는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6년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콘텐츠사업체 810개사 중 32.1%가 생성형 AI를 활용했다. 셋 중 하나꼴이다. 같은 시기 K-콘텐츠 수출액은 149억 582만 달러로 전년보다 5.9% 늘었다.
번역·현지화 데이터도 이 흐름에서 비켜나 있지 않다. 원문과 번역문을 오래 쌓아왔고 그 품질을 검증해온 이력이 있는 조직일수록, 그 데이터를 연구 자산으로 다룰 근거는 더 분명해진다. 연구개발전담부서 인정은 그 근거를 정부가 한 번 더 확인해준 셈이다.
콘텐츠와 데이터를 함께 다루는 기업에게 번역 데이터는 이제 완료된 작업물로 끝나지 않는다. 언어쌍별 오류 패턴과 품질 이력을 데이터로 쌓아온 조직인지 아닌지가, 다음 콘텐츠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다른 언어로 옮길 수 있는지를 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