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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코드와 전사부터 시작하는 자막 공정

2025.10.143분 읽기닐리리아 편집팀
타임코드와 전사부터 시작하는 자막 공정 본문 대표 이미지

닐리리아는 원본 스크립트가 없는 콘텐츠를 맡으면 번역이 아니라 전사와 타임코드 제작부터 시작한다. 강연, 인터뷰, 브이로그처럼 대본 없이 촬영된 영상은 적지 않다. 이런 영상은 완성된 대사 파일 대신 영상 파일 하나만 넘어오기 때문에, 번역가가 원문을 옮기기 전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부터 문자로 옮기는 작업이 먼저 필요하다.

전사가 정확해야 번역도 정확하다

전사는 원어 음성을 듣고 그대로 받아 적는 작업이다. 화자가 여러 명이거나 대사가 겹칠 때, 발음이 뭉개지거나 전문 용어가 섞일 때 정확도가 쉽게 흔들린다. 이 단계에서 잘못 들은 단어 하나가 그대로 번역으로 넘어가면 오역이 된다. 전사는 번역 전에 거치는 사전 단계가 아니라 번역 품질을 좌우하는 첫 관문이다.

전사자가 할 일은 내용을 다듬는 게 아니라 화자가 실제로 뱉은 말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다. 애매하게 들리는 구간을 임의로 매끈한 문장으로 바꿔 적으면, 뒤에서 번역가는 원래 화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되짚을 방법이 없다. 반복되는 말버릇이나 흐려지는 말끝까지 있는 그대로 남겨야, 번역가가 그 화자의 어조를 살릴지 정리할지 판단할 수 있다. 다듬는 일은 전사가 아니라 그다음 단계인 번역과 QA의 몫이다.

타임코드는 자막의 리듬을 만든다

전사를 마치면 각 대사에 인/아웃 타임코드를 붙인다. 발화 시작과 끝, 장면 전환, 읽는 속도를 따져 자막이 뜨고 사라지는 시점을 정하는 작업이다. 이렇게 짜인 타임코드는 이후 어떤 언어로 옮기든 그대로 쓰는 뼈대가 된다. 언어마다 문장 길이가 달라져도 자막은 이 뼈대 위에 앉는다. 타임코드가 어긋나면 번역이 정확해도 화면과는 어긋난다.

이 뼈대에 실리는 무게는 언어마다 다르다. 같은 문장도 스페인어나 태국어로 옮기면 영어보다 글자 수가 늘어나는 경우가 흔하다. 구간 길이는 그대로인데 담아야 할 글자는 늘어나니, 처음 타임코드를 얼마나 여유 있게 잡았느냐에 따라 번역가가 문장을 줄이고 늘리는 수고가 갈린다. 첫 단계에서 타임코드를 촘촘하게 짜 두면, 여러 언어로 동시에 옮기는 작업에서 겪는 시행착오가 그만큼 줄어든다.

전사와 타임코드는 자막에서 보이지 않는 뼈대다.
인포그래픽: 전사, 타임코드, 번역, QA로 이어지는 자막 제작 4단계 순서

이 단계는 결과물에 이름이 남지 않는다

완성된 자막을 보는 사람은 번역 문장이 화면과 맞아떨어지는지만 확인한다. 그 문장이 어떤 전사를 거쳤고 어떤 타임코드 위에 얹혔는지는 결과물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검수 과정에서 가장 먼저 생략되는 단계가 되기도 쉽다. 문제는 이 단계에서 생긴 오류가 번역과 QA를 그대로 통과해 화면까지 올라간다는 점이다. 잘못 들은 단어는 오역으로 나타나고, 어긋난 타임코드는 화면과 안 맞는 자막으로 나타난다. 두 경우 다 원인은 결과물이 아니라 그 이전 단계에 있다.

영상 콘텐츠가 다국어로 옮겨지는 물량 자체도 계속 늘고 있다. 콘텐츠가 더 많은 언어, 더 많은 화면으로 뻗어나갈수록 그 밑단에서 전사와 타임코드를 처리하는 물량도 함께 커진다는 뜻이다.

닐리리아는 9개 언어로 자막 88,748건을 만들며 이 순서를 지켜 왔다. 스크립트가 있든 없든 결과물이 화면과 어긋나지 않는 이유는 이 첫 단계를 건너뛰지 않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여러 언어로 내보내는 기업이 물어야 할 질문은 번역이 정확한가가 아니라, 그 번역이 어떤 전사와 타임코드 위에 서 있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