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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리리아 이야기

300명 넘는 전문 번역가 네트워크를 만든 이유

2026.06.243분 읽기닐리리아 편집팀
300명 넘는 전문 번역가 네트워크를 만든 이유 본문 대표 이미지

닐리리아는 고정된 번역팀을 두지 않는다. 대신 검증을 거친 전문 번역가 300명과 프리랜서 1,000명이 넘는 네트워크를 운영한다. 관리 편의만 생각하면 상근 팀을 꾸리는 쪽이 나아 보인다. 그런데 닐리리아가 맡는 일의 폭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언어와 장르가 프로젝트마다 다르다

영상 자막, 문서, 웹툰, 게임까지 - 닐리리아가 다루는 콘텐츠 유형은 겹치는 게 거의 없다. 상시 지원 언어만 10개다. 물량 규모와 성격도 프로젝트마다 완전히 다르다. 콜로소 강의 자막은 140,588분이었고, JTBC 자막은 236만 자, MBC WORLD는 30,051분이었다. 강의 자막과 방송 자막은 요구되는 문체부터 다르다. 여기에 웹툰은 대사 옆 여백에 맞춰야 하고, 게임은 반복되는 시스템 용어를 끝까지 일관되게 지켜야 한다. 같은 번역가 몇 명이 이 모든 걸 동시에 감당할 수는 없다.

상근 인력만으로 이 폭을 메우려 하면 결국 두 갈래 중 하나로 간다. 프로젝트 성격에 맞춰 인력을 계속 새로 채용하거나,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일만 골라 받거나. 앞의 방식은 유휴 인력을 계속 떠안게 되고, 뒤의 방식은 회사가 성장할 폭 자체를 스스로 좁히는 셈이다. 둘 다 오래 버틸 수 있는 방식은 아니었다.

네트워크가 하는 일

그래서 택한 게 네트워크다.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그 언어와 장르에 맞는 번역가를 네트워크 안에서 바로 찾아 배치한다. 채용 공고를 내고 면접을 거치는 절차 없이, 이미 검증을 마친 사람 중에서 고르는 것이다. 네트워크 규모가 클수록 조합의 폭도 그만큼 넓어진다. 필요할 때 필요한 조합을 꺼내 쓸 수 있다는 게 핵심이지, 대기 인력을 많이 쌓아두는 게 목적이 아니다.

인력 규모만으로 품질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인포그래픽: 고정 팀의 제한된 언어·장르 구조와 요청별 전문성을 조합하는 검증 네트워크 비교

네트워크에 속한 번역가는 1차 정확성, 2차 표현과 현지화, 3차 최종 품질까지 3단계 QA를 거친 뒤에야 결과물을 넘긴다. 한 번 검증받았다고 끝나지 않는다. 프로젝트를 마칠 때마다 결과물이 다시 평가에 반영되고, 그 기록이 다음 배치의 기준이 된다. 규모와 검증이 함께 쌓였을 때만 수정요청률 5% 미만, 계약연장률 95% 같은 숫자가 나온다. 사람이 많다고 저절로 따라오는 숫자가 아니다.

콘텐츠 산업이 커지는 만큼

이 구조가 필요한 이유는 닐리리아만의 사정이 아니다. 지난해 K-콘텐츠 수출은 149억 582만 달러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5.9% 성장한 수치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26년 4월 발표). 콘텐츠산업 매출도 161조 원을 넘어섰다. 콘텐츠가 늘어나는 만큼 옮겨야 할 언어와 장르의 종류도 함께 늘어난다는 뜻이다.

콘텐츠 종류가 다양해질수록 한 회사, 한 팀이 모든 조합을 상근으로 갖추기는 더 어려워진다. 반대로 검증된 사람을 필요한 만큼 꺼내 쓸 수 있는 구조라면, 콘텐츠가 어느 방향으로 늘어나든 그 안에서 대응할 수 있다. 규모를 미리 갖춰두는 쪽과 필요할 때 조합하는 쪽의 차이는, 물량이 커질 때 비로소 드러난다.

물량이 늘어날 때 정작 문제가 되는 건 사람 숫자가 아니라 배치 속도다. 콘텐츠를 다루는 기업이라면 언젠가 이 질문과 마주친다. 프로젝트가 바뀔 때마다 팀을 새로 짜야 하는가, 아니면 이미 검증된 사람 안에서 바로 찾을 수 있어야 하는가.